『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는 인문학적 사고로 과학에 접근하려는 유시민 작가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전공이 문과였던 자가에게 과학은 한때 멀고 낯선 대상이었지만, 그는 나이가 들어서야 과학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흥미, 좌절, 그리고 깨달음들을 솔직하게 서술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과학이라는 영역이 어떤 태도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정은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가까웠습니다.
1. 문과의 눈으로 본 과학
유시민 작가는 과학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자신의 문과적 배경이 장벽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과 물리를 멀리했던 경험은 그에게 과학을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남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과학을 무조건적으로 어렵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원리와 철학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려 합니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학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문과 출신으로서 과학에 대한 두려움이 익숙한 편인데, 유시민 작가가 서술한 그 '두려움'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과학은 사실에 기반을 둔 체계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감정은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글은 오히려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가 인문학적 배경을 토대로 과학의 개념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과학은 전문가들만의 세계가 아니라, 삶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언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과학의 언어를 배우는 방법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에서 유시민 작가는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입문서를 직접 읽으며 그 내용을 정리하고, 자신이 이해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그는 과학의 개념들을 단순히 외우기보다,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 과정은 전형적인 공부법과는 조금 다릅니다. 목적은 시험을 위한 학습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과학 공부가 꼭 수치나 공식의 암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수학적 기초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지식들이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는 눈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는 복잡한 과학 개념을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면서, 독자가 과학을 낯설지 않게 느끼도록 도와줍니다. 저 역시 이 과정을 따라가면서, 과학이 가진 ‘추상성’보다 그것이 지닌 ‘현실성’에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3. 공부란 결국 세계를 이해하는 도전
이 책의 본질은 단순히 과학 공부에 대한 안내서라기보다는,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공부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 합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과 성취,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공부라는 것이 꼭 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이라는 거대한 체계를 처음부터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문을 두드리는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인식 지도를 넓히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시야를 확장합니다. 공부는 결국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어떻게’라는 방법으로 확장되고, 그 끝에는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가 남는 것 같습니다.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는 이 모든 과정을 성실히 담아낸 책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과학의 풍경을 조금이나마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