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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리뷰 - 과학을 이해하려는 한 인문학자의 기록

by bluesky37 2025. 6. 10.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는 인문학적 사고로 과학에 접근하려는 유시민 작가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전공이 문과였던 자가에게 과학은 한때 멀고 낯선 대상이었지만, 그는 나이가 들어서야 과학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흥미, 좌절, 그리고 깨달음들을 솔직하게 서술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과학이라는 영역이 어떤 태도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정은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가까웠습니다.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사진
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리뷰 - 과학을 이해하려는 한 인문학자의 기록

 

1. 문과의 눈으로 본 과학

유시민 작가는 과학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자신의 문과적 배경이 장벽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과 물리를 멀리했던 경험은 그에게 과학을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남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과학을 무조건적으로 어렵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원리와 철학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려 합니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학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문과 출신으로서 과학에 대한 두려움이 익숙한 편인데, 유시민 작가가 서술한 그 '두려움'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과학은 사실에 기반을 둔 체계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감정은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글은 오히려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가 인문학적 배경을 토대로 과학의 개념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과학은 전문가들만의 세계가 아니라, 삶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언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과학의 언어를 배우는 방법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에서 유시민 작가는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입문서를 직접 읽으며 그 내용을 정리하고, 자신이 이해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그는 과학의 개념들을 단순히 외우기보다,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 과정은 전형적인 공부법과는 조금 다릅니다. 목적은 시험을 위한 학습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과학 공부가 꼭 수치나 공식의 암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수학적 기초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지식들이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는 눈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는 복잡한 과학 개념을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면서, 독자가 과학을 낯설지 않게 느끼도록 도와줍니다. 저 역시 이 과정을 따라가면서, 과학이 가진 ‘추상성’보다 그것이 지닌 ‘현실성’에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3. 공부란 결국 세계를 이해하는 도전

이 책의 본질은 단순히 과학 공부에 대한 안내서라기보다는,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공부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 합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과 성취,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공부라는 것이 꼭 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이라는 거대한 체계를 처음부터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문을 두드리는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인식 지도를 넓히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시야를 확장합니다. 공부는 결국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어떻게’라는 방법으로 확장되고, 그 끝에는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가 남는 것 같습니다.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는 이 모든 과정을 성실히 담아낸 책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과학의 풍경을 조금이나마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