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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리뷰 - 인간성과 정의의 서사시

by bluesky37 2025. 6. 23.

『레미제라블』은 단순한 소설이 아닙니다. 빅토르 위고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겪는 고통, 사회의 모순, 정의와 자비 사이의 균형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장 발장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에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선 감정과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구원이 어디서 오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분량 속에 감춰진 섬세한 질문들은 오랫동안 제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리뷰 - 인간성과 정의의 서사시

 

1. 장 발장, 한 인간의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장 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사제의 따뜻한 용서를 통해 그는 새로운 삶을 결심하게 됩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전환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사람은 과거로만 판단될 수 있는가, 아니면 변화의 가능성을 품은 존재인가. 『레미제라블』은 이 질문에 대해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답을 제시합니다.

저는 장 발장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며 ‘용서’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결코 약한 감정이 아니라, 큰 결단을 요구하는 행위였습니다. 그는 도망자이면서도 보호자가 되고, 가해자이면서도 구원자가 됩니다. 인간의 삶은 그렇게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야기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장 발장의 변화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살아 있는 응답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길고도 험한 여정 끝에 도달한 그의 평온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기에 더 깊이 다가옵니다.

2. 자베르, 정의는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자베르는 장 발장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법 집행자입니다. 그는 법과 질서를 최고의 가치로 삼지만, 오히려 그 절대성이 그를 파멸로 이끕니다. 그의 고뇌는 단지 한 인물의 비극이 아니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법은 항상 정의로운가? 혹은 자비와 이해가 결여된 정의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위고는 자베르의 인물을 통해 그 물음을 집요하게 밀어붙입니다.

저는 자베르의 내면적 갈등이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결국 스스로 판단할 수 없을 만큼 경직된 기준에 얽매였고, 그것이 그를 끝으로 몰아넣습니다. 인간은 법과 질서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의 판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이 인물을 통해 받게 됩니다. 자베르는 악인이 아닙니다. 그는 지나치게 확고했던 신념으로 인해 자기 자신조차 구하지 못한 인물입니다. 그의 몰락은 ‘정의의 완성’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합니다. 『레미제라블』은 정의와 자비, 법과 인간성 사이의 복잡한 긴장을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3.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사랑할 수 있는가

『레미제라블』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공통된 정서는 ‘고통’입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단지 슬픔이나 절망으로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사랑과 연대가 이 소설의 핵심입니다. 팡틴의 희생, 코제트의 성장, 마리우스와의 사랑은 모두 잃고 빼앗기며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이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빅토르 위고는 그런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치밀하고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들이, 바로 그 사랑이 드러나는 지점들이었습니다. 고통을 딛고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는 장면들—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마지막 힘처럼 느껴졌습니다. 『레미제라블』은 위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주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상처받고 버려진 사람들의 내면에도 존엄과 사랑이 남아 있다는 위고의 시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소설은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작가의 긴 호흡이 담긴 기록이자, 고통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