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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허우잉 『사람아, 아 사람아』 리뷰 - 인간에 대한 연민과 기록

by bluesky37 2025. 6. 28.

『사람아, 아 사람아』는 다이허우잉이 대만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인간의 고통과 존엄, 그리고 불완전한 삶의 무늬를 정직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이 책은 이념과 폭력이 지배하는 혼란스러운 시대에도 사람이 결국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한 사회의 역사가 어떻게 개인의 삶에 깊이 스며들고, 그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지를 담담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역사의 희생양이 아닌, 스스로의 방식으로 시대를 견뎌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조용히 맞닿아 있습니다.

다이허우잉 『사람아, 아 사람아』 책 사진
다이허우잉 『사람아, 아 사람아』 리뷰 - 인간에 대한 연민과 기록

 

1.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

『사람아, 아 사람아』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적 격변과 인간의 내면이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다이허우잉은 대만의 백색테러 시기를 배경으로, 극심한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살아남으려 애쓰는 사람들의 초상을 보여줍니다. 이념의 대립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가정의 해체, 우정의 붕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작가는 인간이 처한 조건을 단정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그 혼돈 속에서도 버티고 사랑하고 기억하려는 의지를 주의 깊게 포착합니다. 현실은 늘 명확하지 않았고, 선택은 언제나 고통을 동반합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역사가 결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치와 이념의 폭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그리고 그 변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를 담담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작중 인물들은 영웅도, 악인도 아닙니다. 그들은 두려움에 흔들리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놓지 않으려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다이허우잉의 문장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있는 연민을 끝내 버리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 작품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사랑과 연민이 남기는 흔적

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결국 사람을 지탱하는 것이 사랑과 연민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가족과 친구를 지키려는 마음, 억압의 공포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 이야기의 핵심을 이룹니다. 다이허우잉은 인간이란 상처받으면서도 누군가를 위하는 감정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존재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 연민이야말로 폭력의 시대를 통과하게 하는 은밀한 힘이 됩니다. 이 책은 증오보다는 이해, 복수보다는 연대를 말합니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소란스러움보다 조용한 품위에 가까운 인상을 남깁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오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조차 남아 있는 공감의 조각이야말로 인간의 마지막 존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실패하거나 상처를 입지만, 그들의 감정이 끝내 부서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위로였습니다. 삶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것을 함께 견디려는 마음이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는 진실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감각처럼 느껴졌습니다.

3. 역사를 기억하는 문학의 의미

『사람아, 아 사람아』는 단지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소설이 아닙니다. 다이허우잉은 역사를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또 하나의 저항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를 망각하는 순간, 개인은 자신의 뿌리를 잃게 되고, 사회는 같은 상처를 반복합니다. 작가는 서사의 한 장면 한 장면에 사람들의 고통뿐 아니라 그 고통을 기록하려는 의지를 담아둡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태도를 결정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문학은 그 기억을 보존하는 가장 섬세한 그릇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문학이 얼마나 강력한 증언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금 느꼈습니다. 감정적 휘몰아침보다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 기록의 태도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폭력과 억압이 아무리 거세도, 그것을 기억하려는 문학의 태도만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이 책의 힘 같습니다. 『사람아, 아 사람아』는 문학이란 결국 시대의 진실을 놓치지 않으려는 고요한 다짐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우리 각자도 기억을 이어가는 존재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