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간이 그리는 무늬』 리뷰 - 존재와 사유의 궤적을 따라

by bluesky37 2025. 6. 14.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최진석 교수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유의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이 책은 철학이 어렵거나 멀리 있다고 느껴졌던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오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상에서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인간의 본성, 문화, 지성의 궤적을 따라가게 합니다. 저자는 삶을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고 성찰함으로써 인간만이 그릴 수 있는 ‘무늬’를 만들어간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무늬를 그리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떤 사유에서 비롯된 것인가.

인간이 그리는 무늬 책 사진
『인간이 그리는 무늬』 리뷰 - 존재와 사유의 궤적을 따라

 

1. 인간의 사유는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최진석 교수는 인간의 사유가 단순한 사고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곧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때로는 전혀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이러한 사유의 위상을 재조명하며, 인간의 고유성을 철학적으로 되짚습니다. 그는 반복적으로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단순히 정보나 지식을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는 힘이 사유라고 설명합니다.

저에게 이 책은 단순히 철학적 개념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라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나의 생각이 나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흘려보내는 많은 순간들, 반복되는 하루하루에도 나의 사유가 새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 교수는 단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질문을 통해 독자의 내면을 두드립니다. 철학은 결국 삶의 기술이며, 그 기술은 오직 자기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실감하게 됩니다. 그가 말하는 사유는 고고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도구처럼 보였습니다.

2. 무늬를 그리는 존재로서의 인간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인간 존재 자체를 무늬를 그리는 행위로 비유합니다. 이는 단지 예술적 수사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정체성이 단일한 선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 생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복합적인 구조임을 시사합니다. 사람마다 삶의 패턴이 다르고, 각자 그려가는 무늬도 다르며, 그 무늬는 각자의 사유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됩니다. 그는 인간의 고유성과 자유의지를 강조하며, 그 어떤 외부 규범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살아가는 주체성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특히 공감이 깊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때때로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 속에 녹아들며, 무늬조차 남기지 못한 채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흐름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과 결을 새겨넣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유의 힘이며, 인간의 존엄입니다. 최 교수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나의 무늬는 어떤 모습인가’를 성찰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메시지로 다가올 수 있는 유연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늬는 완성형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의 궤적이라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3. 사유는 결국 자유를 향한 길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사유는 곧 자유’라는 데에 있습니다. 최진석 교수는 자유를 단순한 상태로 보지 않습니다. 그는 자유를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능력, 곧 ‘나’라는 존재를 내가 정의할 수 있는 힘으로 이해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유가 아닌, 나만의 사유가 필요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사유 없는 삶은 결국 타인의 무늬를 따라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그러한 삶은 편안할 수는 있어도, 주체적이지는 않습니다. 주체적이지 않은 삶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삶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에게 남은 것은 몇 개의 철학 용어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울림이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과연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는가, 아니면 타인의 기준을 따라가며 살고 있는가.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화려하거나 감성적인 문체로 마음을 흔드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담담하고, 조용하며, 마치 거울처럼 독자 스스로를 비춰보게 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책이었습니다. 사유는 자유의 출발점이며, 그 자유는 자기 삶의 무늬를 스스로 그려나갈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