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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리뷰 - 조용한 인생의 존엄을 말하다

by 감사0815-1 2025. 7. 25.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화려한 이야기 없이도 한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윌리엄 스토너는 말 없이 견디며 살아간 인물입니다. 평범하고 조용한 그의 삶은 묵묵한 성실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오히려 그 안에서 우리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격렬한 사건보다 조용한 태도, 끊임없는 고뇌보다 묵묵한 수용이 주는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우리는 자주 크고 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를 찾으려 하지만, 이 책은 그 반대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가장 조용한 인생이 때때로 가장 크게 울릴 수 있다는 진리를 담담히 전하는 작품입니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책 사진
『스토너』 리뷰 - 조용한 인생의 존엄을 말하다

 

1. 소리 없는 삶의 존엄함, 윌리엄 스토너라는 이름

『스토너』의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대학 교수로 일하면서도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는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성공한 인물도, 특별한 업적을 남긴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성취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스토너는 학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잃지 않으며, 진실을 지키기 위해 타협하지 않고 견딥니다. 그가 경험한 결혼의 불행, 직장 내 갈등, 친구와의 거리감 등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고통입니다. 하지만 그는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세상을 향해 분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요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견디고 살아갑니다. 이 담담한 태도는 때때로 무력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책임이 녹아 있습니다. 스토너는 말이 없지만, 그 삶 전체가 조용한 외침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결국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지킴은 아주 작고 사소한 선택들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독자는 스토너의 삶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2. 사랑, 좌절, 그리고 다시 삶 — 감정의 여운을 남기다

『스토너』는 감정의 결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스토너는 젊은 시절 진정한 사랑을 찾지만, 그 사랑은 사회적 제약과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그가 결혼한 아내는 냉소적이고 거리감이 있으며, 딸과의 관계 역시 점차 멀어집니다. 가족 안에서조차 위로받지 못하는 외로움은 독자로 하여금 깊은 연민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탓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을 고요히 끌어안습니다. 특히 그가 잠시 만난 사랑, 캐서린과의 관계는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그 관계 역시 지속되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이 스토너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독자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토너』는 인간관계의 복잡함, 그 속에서 오는 상처와 회복을 날카롭지 않게, 그러나 깊게 전달합니다. 삶이란 그런 감정들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담담하게 알려줍니다. 누구나 겪는 사랑과 상실의 여정을 조용히 비추며, 결국 인간은 그 감정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스며들어 우리를 조금씩 바꾸고 성장시키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3. 결국, 우리가 남기는 것은 살아낸 흔적뿐입니다

『스토너』의 마지막 장면은 매우 인상 깊습니다. 스토너는 침대에 누워 조용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가 쥐고 있던 책 한 권이 손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 그의 삶 전체가 독자에게 스쳐 지나갑니다. 그는 이름을 널리 알리지 않았고, 눈부신 성공도 없었지만, 한 인간으로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습니다. 이 소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진 않지만,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조용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만, 『스토너』는 그런 이분법을 넘어, 그저 ‘살아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삶이 타인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는지, 자신에게 얼마나 진실했는지가 결국 인생의 가장 큰 흔적이 됩니다. 독자로서 나는 이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과연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 조용한 소설은 내가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다시 묻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삶을 조금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도록,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조금 더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독려합니다.